프랑스 생활, 문화

프랑스에서 임신과 출산

elephantman 2021. 2. 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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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아빠들처럼 나에게도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과 그 날의 디테일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운전일을 하던 도중 아내에게 출산 진통이 온다는 문자를 받았고, 회사에다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다른 기사로 하여금 내 차를 인수함과 동시에 나와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라 했다. 다행인지 그 순간 손님은 없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나의 생일에 태어났다.

병원 쪽에서 말하는 예정일은 내 생일보다 일주일인가 열흘 뒤였는데도,

아내는 출산하기 한두 달 정도 전부터 "니 생일에 태어날 거 같아"라고 하길래 말도 안 되는 농담하지 말라고 대꾸했었는데, 그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어찌 되었든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지금도 아이는 다른 사람한테 자신의 생일을 말할때마다, '내가 아빠 생일 선물이었어요' 란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

 

수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는 태어났고, 나는 분만실에서 일련의 과정들을 아내와 함께 했다.

출산의 과정은 뒤로 하고 프랑스에서의 임신과 출산까지의 과정을 대강 정리해본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전부 이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임신을 하게 되면 일단 정부기관 같은 곳에 등록하는데,  담당의사와 분만하는 병원 등이 배정이 되었다.

이걸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바꿀수도 있고 조율이 가능했지만,  신청 후 그쪽에 자리가 없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산모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보는 산부인과 병원, 초음파검사하는 병원, 분만하는 병원이 다 다르게 배정이 되었다. 아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세 군데 다 차 타고 가면 15분 내에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곳이라 큰 부담은 없었지만, 왜 그렇게 따로따로 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운이 좋을 경우에만 세 가지 다 한 곳에서 할 수 있다 한다.

 

일반 산부인과에 아내와 몇번 방문을 했다. 깜짝 놀란 점은 산모가 의사 앞에서 전신 탈의를 하고 진찰을 받는다는 점.

남자 의사였지만, 여기선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하니 산모의 수치심을 위해 몸을 가려주는 우리의 경우와 참 다르다.

 

초음파 검사는 2번인가 3번 방문하였다,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던 날 할머니 의사의 농담이 아직도 기억난다. 초음파 사진을 보며 "동양인답게 팔을 쿵후 자세로 하고 있네요."

성별확인하던날의 초음차사진.

 

분만 병원에서는 분만날이 비슷한 산모들을 그룹을 지어 일종의 교육 Formation을 제공한다.

남편과 함께 참여할수 있는 자리였지만,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나에게 별 재미는 없었다.

분만 과정에 대해서 브리핑도 해주고, 산모들을 위한 스트레칭 교육이나 응급한 상황에 어찌해야 하는지 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아내는 그 때 만난 두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분만을 위한 전문 간호사가 있고, 따로 자격증 같은 게 필요하다고 한다.

분만 때도 의사는 가끔 와서 체크를 할 뿐, 거의 모든 과정이 그 간호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내는 나름 주사에대한 공포가 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사의 분만유도 주사 권유를 거부하고 완벽한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참고로 임신을 하는 순간부터 출산까지 우리가 내는 비용은 제로다. 초음파검사를 할 때 3D로 하면 좀 추가 비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하지 않았다.

한국의 아이행복카드 같은 개념으로 carte vitale로 결제를 하면 나라 돈이 바로 병원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출산 후에 아내는 병원에서 3박 4일을 머무르다가 나왔다.

규정상 배우자는 밤에 같이 머무를 수가 없었기에 집에 와서 자고 출퇴근하며 아내를 돌보았다.

아내는 진통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출산을 하러 가기 직전에도 빨래를 다 개어놓고 설거지, 청소 등등 집정리를 다 하고 나갔다. 참 대단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출산후 아이 목욕시키는 교육중. 사진만 봐도 서툰 손짓

프랑스에는 산후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는 지금도 한국에서 왜 산후조리원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돈 낭비라고.

하지만 어딘가에서 읽어보니 골반이 큰 서양 여자들은 출산의 후유증이 그리 크지 않고 그에 비해 동양 여자들은 출산 후 조리를 하지 않으면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느 주장이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출산후 3박을 하고 퇴원한 아내는 다시 바로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내 느낌상, 북한산 정도?를 꼭대기까지 등반하고 온 피로도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참 대단한  스테미너다.

 

사정이 있어서 아내의 친정 쪽에서도 와서 도움을 줄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에 그 점이 참 힘들었지만, 아내는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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