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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택시운전 하게 된 이야기 4.
앞서 말했듯이 손님에게서 70유로를 받으면 내 몫으로 20~25유로를 가져가는 식이었다. 어학원 기간이 종료되고 나서는 풀타임으로 일을 했기에 수익이 더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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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 등록기간이 끝났다.
회사차 한 대를 내 전용으로 쓰며 풀타임으로 운전만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기에 일도 점점 많아졌다.
회사에서는 차도 한 대 더 늘리고 기사도 한 두 명 고용하려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거기에 더해 몽생미셸 투어 사업까지 확장하게 되는데...
Mont saint michel 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성, ( 그 안에 수도원이 있다)에 다녀오는 코스인데
일본 만화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대회인 뚜르드프랑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몽생미셀은 십수 년 전 대한항공에서 광고를 한 이후, 유럽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고,
그 이후로 몽생미셸 투어는 파리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에게는 거의 필수로 고려해야 하는 투어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전체 혹은 이틀을 투자해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파리를 처음 방문하고 5일 이상 머물지 않는 이상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 투어가 회사들 입장에서는 꽤 돈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진입했을 때 이미
크고 작은 한인 업체들이 난립해 있었다.
문제는 이 투어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이었다. 이 점은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었다.
정확히 어떤 법률위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관광객을 태워 나르는 업자의 자격 같은 게 필요한데 그 자격증이 따기가 쉽지 않았고 단속도 느슨하여 그 틈을 이용한 영업이 성행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당시 투어만 전업으로 하는 분들은 무전기나 전화로 연락을 해가며 고속도로에 단속반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며 우회하는 방법까지 썼다.
어떤 업체에서는 언어가 어느 정도 되는 불문과 학생들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오게 해서 일을 시키기도 했다.
내가 귀국을 한 직후에 이 투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몇 한국업체가 폐업까지 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되니 폐업전에 예약금을 돌려받지 못해 금전적으로 피해본 여행객들도 꽤 있었고, 심지어는 투어 도중 단속에 걸려서 운전자는 붙잡히고 차량은 단속반에 압수당하니 그 차에 있던 관광객들이 프랑스 고속도로 옆 시골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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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몇 기사에게 이 투어운전을 제안했고,
파리에서 공항과 파리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수입면에서 더 메리트가 있었기에 기사들은 가능한 많이 운행을 나가고 싶어 했다.
수익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밑의 지도를 보면서 코스를 살펴본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한인들 숙소가 많고 서쪽으로 향하기 편한 Bir-hakeim역에서 6-7시쯤 만나 출발을 했다.
바로 파리 외곽으로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Etretat라는 해변에 도착해서 코끼리 모양의 바위를 구경하고
Honfleur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하고 몽생미셸로 향한다.
몽생미셸은 야경이 백미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서 일몰시간에 맞춰야 하니 복귀 시간이 달라진다.
해가 긴 한 여름에는 야경을 기다리기 위해서 9시 넘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럴 때는 파리로 돌아오면 12시를 훌쩍 넘긴다.
늦은 도착시간이기에 관광객들에게 어느 정도 비용을 받고 파리의 숙소까지 모셔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고 나서 집까지 돌아오면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Saint-Malo까지 찍고 오는 코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인업체는 위 3곳까지 돌고 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운행거리 900킬로미터, 경우에 따라 우회를 해야 하니 거의 1000킬로미터를 찍고 파리로 돌아오는 코스.
거리를 체감하기 위해 지도 어플로 서울시청에서 출발-목포 찍고-통영 찍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를 시뮬레이션해보면 대충 9백 수십 킬로 가 되니 이것으로 운전자의 피로도를 가늠해 보기 바란다.
나의 경우 투어 전문업체 기사처럼 자주 가진 않았고, 횟수로 십 수회 운행한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한 두 번은 손님들과 같이 다니면서 가이드 설명도 듣고 한국분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했지만, 체력소모가 심한 일이었으므로 몽생미셸에 도착하면 주차장 한켠에 여우있게 자리를 잡고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난 후 뒷좌석을 눕히고 잠을 청해야 했다.
보통 바게트 사이에 토마토,참치, 야채 등등을 넣어 만든 건강식 샌드위치였다.
기사 입장에서 가장 난도 높은 구간을 꼽자면 아마 장소를 다 찍고 나서 돌아오는 야간 운전 시간일 것이다.
길이 험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지루해서다.
안 그래도 시차도 안 맞는 유럽, 조금 덜 자더라도 무리해서 관광을 하고 싶은 여행객들인데 4,5시간이 넘는 차 안에서 잠이 안 올리가 만무하다.
몽생미셸을 출발하고 10분 안에 모든 인원은 잠이 들기 시작한다. 코를 고는 사람도 많고 웬만하면 파리 도착 때까지 거의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내가 변이 마렵지 않은 이상 화장실을 갈 필요도 없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고, 어두운 고속도로는 한적하기 때문에 지루함, 졸음과의 전쟁이다.
비싼 돈을 지불한 손님에게 '저 졸리니까 대화 좀 해요' 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이때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보통 9인승 차에 기사 제외 8명을 채워 출발을 한다.
불어가 약한 나는 가이드가 불가하니 가이드 한 명을 더 태웠기에 7명밖에 못 태우니 회사 입장에선 그만큼 손해였다.
나에게 가이드 연습을 하거나, 가이드에게 운전을 하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피로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손님 한 명당 180에서 200유로를 받았었는데, 나중엔 가격 덤핑경쟁이 벌어져서 결국 인당 150유로 밑으로 받는 업체도 생겨났다.
8명을 맞추지 못하고 출발할 순 없으니 다른 업체와 조인해서 관광객을 넘기거나 받으며 숫자를 맞춰 출발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렇게 넘겨주면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한인업체 중에 혼자서 이 투어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분은 블로그인지 네이버 카페인지 인터넷을 통해서 모객을 하고 직접 운전을 하는 일종의 1인 회사였다.
물론 당연히 법적으로 등록은 안 되어있었을 거다.
이 사람이 대단한 점은 성수기 여름에 일주일에 무려 4,5일을 저 위 코스로 운행을 나갔다는 거다.
새벽에 들어와서 집에 와서 3,4시간 자고 다시 나가는 거다. 정말 대단한 한국인의 근성이다.
위에 설명한 대로 1인당 200유로를 받으면 한번 투어에 1600유로가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된다.
1600유로에서 대충 기름값과 경비를 빼도 하루에 한화로 기본 180만 원 정도, 만약 5일을 나간다고 계산하면
일주일에 최소 8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운 수익을 벌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세금 안내는 건 보너스.
이 정도 수익구조가 되니 대형 투어 회사에서 급여받으며 운행만 하던 분들도 요령과 코스는 다 알고 있으니, 차 한 대만 구해서 독립적으로 손님을 태워 투어를 하는 일도 많았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환경과 권리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이런 투어는 프랑스인들이 듣고 나면 미친 짓이라 할 것이다.
아내 왈 이런 장거리 투어의 경우 운전기사만 2명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한국과 프랑스의 노동환경 차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예전이나 앞으로 해외 어딘가에서 이런 식의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한인 분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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