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 결혼

이중언어 아이 이야기.

elephantman 2021. 2. 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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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에 대해서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나에게는 이쁜 딸이 하나 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두고 있으니 두나라의 여권을 다 가지고 있고
나와 아내는 아이가 양국 언어를 다 잘하기를 기대한다.

임신을 했을 때부터 드는 걱정들이 있었다.
"아이가 컸을 때 자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혼혈이라 왕따나 괴롭힘을 당해 상처 받지 않을까"
"나중에 결국 어디서 살게 될까" 등등
한국인 사이에서 가진 아이라면 절대 갖지 않았을 의문과 걱정, 그리고 조바심들이 스멀스멀 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고, 아이가 7살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걱정들 중 언어에 대한 부분은 "한국어 불어 두 개다 어정쩡해지지 않을까"이다.

아내와 나의 기본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아빠와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 엄마와 이야기는 불어로 하는 것.
자기 전 책을 읽어줄 때도 아빠는 한국 책, 엄마는 프랑스 책.
그래서 목표는 두 언어 모두 완벽한 원어민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같은 환경의 혼혈아이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결국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다 보면 두 언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하긴 내가 상상해도 중고등학교쯤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불어 수학책, 한국어 물리 책 이렇게 다 공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본다.
아이는 불어 쓰는 학교를 다니기에 점차 프랑스어가 편해지리라 예상한다.

아이의 언어환경에 대해 설명하자면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나 돌이 되기 전에 한국에 귀국해서
생후 9개월쯤에 한국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현재는 프랑스 국제학교의 유치원에 있다.
아내와 나는 불어, 영어, 한국어 3가지를 섞어가며 소통하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처음 연애를 했을 때처럼 영어로 해야 한다.

3년 반 정도 한국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동안은 한국어가 쑥쑥 늘어나는 게 보였다
(물론 이동안에도 엄마와는 불어로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음.)

하지만!
현재 프랑스학교에 다닌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한국어:불어의 발란스에 균형이 깨져가는 걸 느낀다.
한국어 문장을 한국 아이처럼 이야기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보면 약간의 hesitation이 보이고 (문장 중간에 어~어~ 하는 버릇들) 불어 단어를 한국어 문장에 많이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넷플릭스나 만화영화를 볼 때도 언어 설정을 프랑스어로 할까 한국어로 할까 물어보면
"둘 다 상관없는데, 프랑스어가 편해"라고 대답한다.
한국어를 보완하는 것은 아빠인 나의 역할이라 책임이 막중함을 느낀다.

하긴, 하루 종일 불어를 쓰는 환경 더하기 집에 아빠가 없을 때는 엄마와 불어만 쓸 테니 당연한 결과 이리라.

모국어라는 단어에 엄마를 뜻하는 '모' 자가 괜히 들어간 것이 아닌 게,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한프커플의 아이들이 여럿 있는데, 엄마가 한국인인 경우와 프랑스인인 경우 불어와 한국어의 언어능력 차이가 어느 정도 보인다.

아내의 기억에 의하면 3돌쯤 되었을 때 (한국어린이집을 한참 다니던?) 아이가 프랑스어를 하는 걸 부끄러워했었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을 만났을 때도 불어로 입을 떼는 게 쉽지 않았다. 엄마와는 문제가 없었지만 외부인과는 이상 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
하지만 그 해 크리스마스 휴가 (불어로는 노엘)를 프랑스의 이모집에서 보냈는데, 그때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한국어 쪽은 완벽하게 한국 아이처럼 말하지만 중간중간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정도라 정리할 수 있겠다.